붉은, 초록 Crimson, G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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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생악 일제동굴진지, 제주도, 대한민국 / Japanese Military Dugouts in Eoseungsaengak, Jeju island, Republic of Korea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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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치라 동굴, 오키나와, 일본 / Abuchira Cave, Okinawa, Japan /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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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알오름 일제동굴진지, 제주도, 대한민국 / Japanese Military Dugouts in Sosal-oreum, Jeju Island, Republic of Korea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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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마을 원동, 제주도, 대한민국 / Lost Village Wondong, Jeju Island, Republic of Korea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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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구 산전, 제주도, 대한민국 / Duck-Gu Lee Mountain Shelter, Jeju Island, Republic of Korea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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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비치리 동굴, 오키나와, 일본 / Chibichiri Cave, Okinawa, Japan /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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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지 해안 열두굴, 제주도, 대한민국 / 12 Caves of Hwanguji, Jeju island, Republic of Korea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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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메유리 평화기념공원, 오키나와, 일본 / Himeyuri peace memorial park, Okinawa, Japan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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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평리 송전탑 농성장, 청도, 대한민국 / Sampyeong Village, transmission tower protest encampment, Cheoungdo, Republic of Korea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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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바마치, 후쿠시마, 일본 / Futaba-machi, Fukushima, Japan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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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노코 마을, 오키나와, 일본 / Henoko Village, Okinawa, Japan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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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번 송전탑 농성장, 밀양, 대한민국 / No. 127 Transmission tower encampment, Miryang, Republic of Korea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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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텐마 해병대 미군기지, 오키나와, 일본 / Henoko Village, Okinawa, Japan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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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리성, 오키나와, 일본 / Shuri Castle, Okinawa, Japan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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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에마치, 후쿠시마, 일본 / Namie-machi, Fukushima, Japan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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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에마치, 후쿠시마, 일본 / Namie-machi, Fukushima, Japan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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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에마치, 후쿠시마, 일본 / Namie-machi, Fukushima, Japan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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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에마치, 후쿠시마, 일본 / Namie-machi, Fukushima, Japan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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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오카마치, 후쿠시마, 일본 / Tomioka-machi, Fukushima, Japan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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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에마치, 후쿠시마, 일본 / Namie-machi, Fukushima, Japan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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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에마치, 후쿠시마, 일본 / Namie-machi, Fukushima, Japan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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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오카마치, 후쿠시마, 일본 / Tomioka-machi, Fukushima, Japan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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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에마치, 후쿠시마, 일본 / Namie-machi, Fukushima, Japan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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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바마치, 후쿠시마, 일본 / Futaba-machi, Fukushima, Japan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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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에마치, 후쿠시마, 일본 / Namie-machi, Fukushima, Japan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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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에마치, 후쿠시마, 일본 / Namie-machi, Fukushima, Japan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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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에마치, 후쿠시마, 일본 / Namie-machi, Fukushima, Japan / 2014 |
붉은, 초록 / 홍진훤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건설과 관련된 소식을 들으며 4.3을 기억하는건 어쩌면 자연스 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전쟁과 학살이라는 희생의 역사에서 전쟁기지까지를 떠올리 며 일본 오키나와를 떠올리는 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에서 유일하게 육상전이 벌어지며 가혹한 희생을 치른 곳 오키나와. 그리고 지금 제주에 해군기 지 건설문제로 신음하는 강정마을이 있다면 오키나와에는 후텐마기지 이전 문제로 신음하 는 헤노코마을이 있다.
밀양에 건설중인 765kv 대형 송전탑을 보면서 그 거대한 괴물의 행렬 끝에는 부산의 고리 핵발전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리고 바로 일본 후쿠시마를 떠올리는것 역시 그리 어렵지 않았다. 또한 자신들이 쓰지도 않을 전기를 도시에 전달해 주기위해 재산권과 건강 권을 모두 포기해야하는 밀양 주민들의 울음소리에서, 국익이라는 허울을 위해 파괴되는 마을 공동체의 모습에서, 희생을 강요받으며 상처받는 쓸쓸한 밀양의 풍경에서 나는 또 다 른 강정마을을 보았다.
제주-오키나와-밀양-후쿠시마로 이어지는 생각의 흐름대로 떠돌며 풍경을 기록했다. 서로 다른 네 곳의 서로 다른 풍경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있는지 궁금했다.학살의 현장을 찾았고 희생의 현장을 찾았다. 파해쳐진 숲을 찾았고 파괴된 도시를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 서 내가 발견한것은 역사적인 사건들이 일어났던 “곳”이 아닌 역사 그 자체로 퇴적되어 생 존한 “것”이었다.
감춰야할 역사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제주 4.3의 장소들과 오키나와 전투의 장소들 은 대부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극단의 이대올로기에 기대어 자국민을 학살하고 집단자 결이라는 방식을 강요한 한국과 일본의 드러내고 싶지 않은 상처들. 이제는 초라한 표지판 하나 정도 덩그러니 있을 뿐 깊은 숲속이나 깍아지른 절벽에 위치한 희생의 터들은 이름모를 무성한 수풀과 제멋대로 자란 나무들로 뒤덮혀 있을 뿐이다.
1.2km를 한덩어리로 뻗어나간 구럼비 바위를 파괴하고 수만톤의 시멘트 덩어리를 바다에 쏟아부은 제주 강정마을. 본토에 의해 철저히 소외되어 미군기지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오키나와.고개를 들어 그 끝을 보기도 힘들만큼 거대한 송전탑이 지어진 밀양과 청도.방사능피폭으로 인간은 물론 동물도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어버린 후쿠시마.국가경제와 국가안보라는 구호아래 허망한 국익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된 이 비극의 현장을 여전히 지키 고 있는 것들은 오직 풀과 나무들 뿐이다.
이 비극의 역사를 오롯이 받아안고 스스로 증거가 되어 끝내 생존한 존재들.나는 이 초록의 존재들에서 숭고를 발견한다. 칸트는 <판단력 비판>에서 숭고의 두가지 조건을 “공포”와 “위험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말한바있다. 나는 지금 이 초록의 존재들 앞에서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죽음의 공포를 경험함과 동시에 대면하고 있는 헛헛한 풍경으로부터 위험으로부터의 해방을 경험한다. 인간이 생산한 비인간성의 흔적들과 기억들을 그 붉은 피를 먹고 자란 초록들이 스스로 역사가 되어 자리를 지킨다.이 <붉은,초록>이 내가 발견한 그 “것”이다.
Crimson, Green / Jinhwon Hong
As I heard the news of the construction of the naval base at the Gangjeong Village on Jeju Island, I naturally recalled the April 3rd incident. Through the history of sacrifices called war and death, I am reminded of the military bases of the war and recalling Okinawa is not difficult. The only conflict to take place on Japanese soil during the Second World War, the place of severe loss - Okinawa. And now the conflict over the construction of the naval base at Jeju and the suffering Gangjeong Village, the base at Futenma and the suffering of Henoko Village can be said to be the same for Okinawa.
Looking at the enormous 765kV transmission towers at Miryang, I realise that at the end of the monstrous procession is the Kori Nuclear Power Plant in Pusan. And this immediately makes me recall Fukushima. The sight of the community being destroyed, the people being forced to sacrifice everything and being hurt; all for the sake of electricity that they will not even use themselves, only to send to the cities, and amidst the cries of the citizens that gave up the right to their possessions and the right to their health, for the sake of the lie called “national interests” - the lonesome sight of the scenery of Miryang reminds me of Gangjeong Village.
I recorded the scenery of Jeju, Okinawa, Miryang, Fukushima following my train of thought. I was curious as to what these 4 different locations would have in common. I was met with the sight of death and the sight of sacrifice. I found destroyed forests and destroyed cities. And what I found there was not the “place” where the historical events occurred, but rather the actual surviving “remains” of the past that had withstood the test of time.
I may at one point thought that this history should have remained hidden. The places of Jeju’s April 3rd and the places of Okinawa’s Battle have been mostly left abandoned. The extreme ideologies that caused the killing of our own countrymen and caused countless many more to kill themselves; the wounds that both Korea and Japan to not wish to reveal. Now all that remains is a single shabby signpost stands by itself in a dense forest or a sharp cliff face marking the place where many where sacrificed; covered by countless nameless weeds and trees that grow as they please.
The rock pool that stretched for 1.2km was destroyed and countless tonnes of concrete were poured into the sea, creating Gangjeong Village. Okinawa, completely neglected by the mainland and fenced in by American military bases. The gigantic electricity pylons in Miryang and Cheoungdo that I cannot see the ends of.Fukushima, the irradiated land of death where neither man nor animal can survive. The tragedy is justified by the so-called national interests for the sake of the national economy and national security, the only things that remain are the grass and trees
The only things that survived to the end are the things that accepted the tragic history and became evidence of it. I discover the sublime nature of these green things. Kant said in his Critique of Judgment the two conditions for something being sublime were “fear” or “a deliverance from danger”. I will now simultaneously confront the historical deaths and fear in front of these green things and experience a deliverance from danger from the desolate landscape. The traces and memories of inhumanities produced by humans; the green that fed on the crimson blood becoming history to protect its place, This “Crimson, Green” is the “thing” I f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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