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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쿠츠크, 러시아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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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하는 <2014 바이칼 노마딕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러시아 바이칼 호수 지역을 촬영하고 "서울 루나 포토 페스티벌"과 "이르쿠츠크 국립 미술관 수카초바"에서 전시.


한줌의 도덕 / 김현주(독립 큐레이터)

레비-스트로스는 자신이 개척한 ‘민족학이란 직무에는 모험이라는 것이 끼어들 자리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20세기 지성이 자신의 삶을 바친 직무에서 모험을 도려낸 것과 같이, 바이칼 노마딕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우리 팀은 레지던스 기간 동안 전개될 예술 실천과 거기서 쌓을 기억과 경험의 과정에서 모험 대신 타자와의 대면, 그리고 ‘한 줌의 도덕’을 택하기로 했다.

우리 팀이 바이칼호로 떠나자고 참여 의사를 타진하고 결심하는 과정에서 시원적 의미를 지닌 이 호수에 매료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이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 무당의 물이라는 이곳이 지닌 주술적인 의미는 여전히 ‘그곳’에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제안하는 바는 생활하는 예술가로서 타문화권 작가를 낭만화, 이국적인 타자로 탈바꿈하지 않고 만나서 교류하기. 모험이라는 미개척지를 향한 각성의 모더니티 대신 생산자로서의 작가로서 우리가 고민하는 것은 非생산, 反생산으로서의 생산의 다른 시간과 다른 방식을 모색해 보는 것이다.

고민은 한 줌의 도덕으로 귀결한다. 바이칼호는 목적지가 아니라 하나의 결절 지점(node)이다. 그곳에 가는 것이 우리의 이유가 아니라 유목의 이름으로 초래한 ‘이곳’과 ‘그곳’을 나누며 벌여 놓고마는 황폐를 앞두고서 분별을 갖고, 치기를 내려놓으며 마음을 무겁게 다지고, 두고 없는 짐 없고, 얻어오는 덤도 마음만 감사히 받는 그런 시간을 경유해 보자는 것이 취지이다. 이것이 본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우리 팀의 마음의 변이다. 예술의 내용에 윤리가 들어올 필요는 없지만 예술적 실천에 최소한의 윤리와 양심을 기대해 본다.

노마드의 의미를 되짚어 볼 때 유목은 높고 낮은 지대의 수직적 격차보다는 수평적 움직임에 기댄다. 동경에 기대어 감정의 파고를 만들어 놓으면 짧은 체류 기간 내에 환경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을 버릴 수밖에 없다. 더불어 이 체류기간동안 애써 무엇인가를 생산한다는 것은 그곳에는 쓸모없는 인공물을 양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예술이 쓸모없음의 쓸모에 있는 것이라면, 차선의 선택은 결론적으로는 무위로 돌아갈 무엇인가를 쓸모없이 하는 것일테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팀이 생각하는 것은 그곳에 가더라도 이물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자이다.

그 방법으로 택한 것은 소멸에 대한 의식과 예술로서 소멸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머물 곳에 대한 최소한의 윤리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우선 당면 과제는 짐싸기일 것이다. 우리는 탁상공론보다 서로의 짐싸기를 돕기로 했다. 여행 가방을 놓고 서로의 리스트를 공유하며 우리가 들고가는 것들이 과연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예술적 유목에 적합한 것인지를 의논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 대한 시각적 아카이브화부터가 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이 합의한 지점이다.

전체 과정에 대한 세밀한 아카이빙은 노마딕 레지던스 프로그램과 더불어 국제교류 사업의 훌륭한 개별 사업이 미처 포착하지 못한, 레지던스 이전의 준비와 진정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다각도의 고민을 담론화시키는데 기반이 될 것이다. 더불어 소멸에 대한 의식과, 예술로서 소멸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머물 곳에 대한 최소한의 윤리라는 우리의 고민이 어떻게 찬란하게 실패하는지, 혹은 어떻게 소박하게 성공할지 전시나 도록으로 다 담지 못하는 레지던스 사업의 음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데 일조할 것이다.

‘한 줌의 도덕’이란 전체 주제와 더불어 각 작가들의 개별 작업도 물론 전개될 것이다. 본 프로그램은 전시라는 사업을 위해 기획된 것이 아니라 ‘레지던스’라는 예술가의 일상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창작하는 예술가는 바이칼호에서도 그렇다. 다만 非생산, 反생산으로서의 생산의 다른 시간과 다른 방식을 모색해 보는 유목적 예술가로서의 차원의 문제가 본디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삶과 어떤 방식으로 결을 나누는지도 모두의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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