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듯, 웃지 않도록
as a song, not to laugh (2016)
118번째 죽음이다. 추석이었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되었다. 많은 것이 변했고 많은 것이 변하지 않았다. 눈부신 크린-룸의 풍경이 날 위한 것이 아님을 알아차릴 때 쯤 그녀를 둘러싼 모든 풍경이 변했다. 앞은 점점 보이지 않고, 누울 수도 없어 매일 앉아서 밤을 견뎌본다. 내가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 앞에 놓인 풍경을 버텨내야 한다. 자책과 원망의 시간을 지나 싸움을 시작했다. 그리고 내일은 이 싸움이 시작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그녀는 노래하듯 말을 한다고 했다. 뇌수술의 후유증으로 말이 편치 않지만 그러면 조금 낫다고도 했다. 또 신경이 끊겨 더이상 눈물을 흘릴 수 없다고 했다. 이제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감정 표현은 소리내어 웃는 것 뿐이다. 반올림과 함께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각종 희귀병을 얻은 노동자들과 유가족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