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하루하루 탈출한다》
11th Seoul Mediacity Biennale 《ONE ESCAPE AT A TIME》
(2021)

전시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전시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층 가나아트컬렉션전시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층 전시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3층 전시실

전시기간
2021.09.08~2021.11.21

예술감독: 융 마
큐레이터: 이지원, 클라우디아 페스타나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김신재, 송주연, 유지원, 장해림, 허미석
프로젝트 매니저: 이문석
코디네이터: 박시내, 이시재, 황남웅
감독 어시스턴트: 정선주
그래픽 디자인: 워크숍스, 파크-랭거 협업
건축: 이용재 아키텍츠
기술감독: 김경호
매니징 에디터: 이정민
영어 에디터: 앤드류 머클
참여작가: 강상우, 고등어, 김민, 라이프 오브 어 크랩헤드 (에이미 램, 존 맥컬리)[Life of a Craphead (Amy Lam and John McCurley)], 류한솔, 리랴오(Li Liao), 리우추앙(Liu Chuang), 리처드 벨(Richard Bell), 림기옹(Lim Giong), 무니라 알 카디리(Mounira Al Qadiri), 미네르바 쿠에바스(Minerva Cuevas), 바니 아비디(Bani Abidi), 브리스 델스페제(Brice Dellsperger), 사라 라이(Srah Lai), 샤론 헤이즈(Sharon Hayes), 쉬쩌위(Hsu Che-Yu), 씨씨 우(Cici Wu), 아마츄어 증폭기, 아이사 혹슨(Eisa Jocson), 야마시로 치카코(Chikako Yamashiro), 올리버 라릭(Oliver Laric), 왕하이양(Wang Haiyang), 요한나 빌링(Johanna Billing), 유리 패티슨(Yuri Pattison), 장영혜중공업, 장윤한(Chang Yun-Han), 정금형, 취미가X워크스, 치호이(Chihoi), 탈라 마다니(Tala Madani), 토비아스 칠로니(Tobias Zielony), 폴 파이퍼(Paul Pfeiffer), 폴린 부드리/레나테 로렌츠(Pauline Boudry / Renate Lorenz), 필비 타칼라(Pilvi Takala), 하오징반(Hao Jingban), 합정지구, 헨리케 나우만(Henrike Naumann), 홍진훤, DIS, C-U-T(닐스 엥스트룀, 발렌틴 말름글렌, 빌토르 포겔스트룀, 아론 포겔스트룀, 카론 닐센, 카이우 아르케스 드 올리베이라, 밍 웡), ONEROOM

주최 및 후원
서울시립미술관 / 에르메스 코리아, 하나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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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주의라는 말은 종종 부정적인 함의를 담고 있어서, 그에 동조하는 사람은 길을 잃고 부유하는 몽상가로 간주되곤 한다. 하지만 도피주의를 포용하고, 반전시키고, 도피주의와 다른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루하루 탈출한다》는 도피주의, 특히 오늘날 대중 미디어 흐름과 관계하는 도피주의에서 착안했다.

미국 시트콤 〈원 데이 앳 어 타임(One Day at a Time)〉(2017–20)은 넷플릭스에서 제작을 시작해 전 세계에 스트리밍된 시리즈물이다. 1970년대에 방영된 동명의 프로그램을 오늘날의 상황에 맞추어 리메이크한 것으로,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쿠바계 미국인 가족 3대가 한 지붕 아래 ‘하루하루씩’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전형적인 시트콤 형식을 취하면서도 일반적인 미디어 재현의 문법을 뒤집고, 웃음으로 가장한 표면 뒤로 인종, 젠더, 계급, 섹슈얼리티, 정체성, 이주, 젠트리피케이션, 폭력 등 오늘날 인간 사회의 가장 시급한 화두를 적극적으로 돌파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원 데이 앳 어 타임〉과 같이 도피주의를 매개로 사회정치적 사안에 개입하거나 때로는 대항하는 대중 미디어를 기획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대중 미디어의 이러한 전략을 추적하다 보면, 도피주의를 대하는 우리의 인식을 재편하고, 나아가 파편화되고 불안한 현실을 반성하고 항해해가는 도구로 삼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전지구적인 팬데믹으로 인해 도처에 봉쇄령이 내려진 가운데, 도피주의 개념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상징적이고 실질적으로 다가온다. 팬데믹이 장기적으로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온전히 상상하기는 아직 너무 이르지만, 현재 당면한 변화를 도외시해서도 안 될 것이다.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로, 한편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집에 고립된 채 미시적인 도피의 형태를 무수히 경험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인종차별과 사회 부정의에 맞서 싸우기 위해 많은 이들이 집결했다. 이렇게 낯설고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서 도피주의를 항해의 도구로 삼자고 제안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 거기서 한 발 나아가, 우리가 사는 세계와 만나고 타인과 연결해 주는 하나의 비평적 메커니즘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전경 촬영: 홍철기
구조물 설계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