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진축제 프로그램 <리서치 쇼>
Seoul Photo Festival program <Research Show>
(2019)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2019서울사진축제 《오픈 유어 스토리지: 역사, 순환, 담론》을 개최합니다. 10회째를 맞는 올해 서울사진축제는 1950년대 한국 사진사의 아카이브와 작품으로 구성된 ‘역사’(전시1), 동시대 사진 행위와 생산물을 리서치하고 전시하는 ‘순환’(전시2) 그리고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사진 그룹의 생생한 토론현장을 중계하는 ‘담론’(프로그램)을 담아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도시 서울과 사진매체, 그리고 현대미술관의 삼각구도가 포착하는 예술의 공공적 지평이 한층 가시화되고 보다 확장되기를 기대합니다.

– 전시 1. 《명동싸롱과 1950년대 카메라당》
– 전시 2. 《러브 유어셀프》
– 프로그램 《리서치 쇼》

전시장소 :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전시기간 : 2019년 10월 01일 – 2019년 11월 10
관람시간 :
[평일(화-금)] 10:00-20:00
[토·일·공휴일] 하절기(3-10월) 10:00-19:00 / 동절기(11-2월) 10:0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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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달에 가지 않았다 *
홍진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믿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인간이 달에서 찍어왔다는 그 사진을 신뢰하지 않는다. 음모론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의심, 사진에 대한 확고한 불신에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찍었다는 그 사진은 언제나 우리에게 과학적 성취, 인간의 고등함에 대한 찬양의 상징이었다. 과연 그러한가? 여기서 불순한 음모론자들의 주장을 따라 그 사진을 다시 바라보자. 달 표면에 성조기가 펄럭이는 그 사진을.

과학과 논리를 내세운 많은 사람들은 그 사진이 진실 그대로임을 증명해야 했다. 공기가 없는 달에서 성조기가 펄럭이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진공과 진동, 그리고 중력의 개념을 들먹이며 과학적인 논증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음모론자들의 의심은 이미지 너머에 있지 않았다. 사진 그 자체에 대한 끈질긴 의문이었다. 그들은 쉽사리 이미지의 표면을 넘어서지 않았고 사진과 현실의 경계를 흐리지 않았다. 결국, NASA는 사진 속의 깃발이 처음부터 아래로 쳐질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졌음을 고백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음모론자들의 의심이 끝내 폭로한 것은 무엇인가?

절대로 힘없이 늘어져서는 안 되는 깃발을 통해 우리는 두 가지 단어를 연상할 수 있다. 사진, 그리고 제국주의. 달 정복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분명 사진이었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 무수한 희생을 감수하고도 달에 사람을 보내야만 했다. 이 단편적인 사실은 우리에게 아폴로 계획이 미-소 냉전이라는 전쟁 상황에서 추진된 프로젝트임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누군가는 기필코 그 땅에 미국의 깃발을 꽂아 사진으로 그 승전을 확증해야만 했음을 짐작게 한다. 동시에 그 사진은 원주민의 땅에 깃발을 꽂던 그들의 침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무책임한 인간들의 사진에 대한 의심은 이 사건의 제국주의적 본질을 꿰뚫었다. 모두가 믿어왔던 아름다운 달 착륙은 없었다. 음모론자들의 의심이 옳았다.

이런 사진적 상황들은 이후로도 이어졌다. 사담 후세인의 사형 장면을 찍었다던 그 사진이 발표 되었을 때도,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되었다던 그 사진이 발표되었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수많은 SNS의 타임라인과 각종 게시판에서. 사진에 대한 맹목적인 의심은 여전히 가장 위험한 경계를 들추어낸다. 포럼A는 이번 리서치를 통해 <이미지, 어디까지 속아줄 것인가?>라는 음모론적 질문을 던진다. 위에서 말한 사례들에서 드러나듯 이미지는 더 이상 세계의 재현이 아니다. 차라리 신대륙의 정복이고 '새로운 현실의 창조'다. 위대한 음모론자들 덕분에 사람들은 더 이상 이미지와 현실을 등가로 사고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이미지의 창조, 즉 세계의 창조를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지 판단하기 시작했다. 포럼A는 이 판단의 근거를 설명하기 위해 다시 '진정성(authenticity)'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그것은 더 이상 진짜를 판별하는 기준이 아니다. '수많은 가짜들 사이에서 어느 가짜에 속아줄 것인지'에 대한 근거로서의 진정성이다. 사람들이 수용하기로 한 또 다른 가짜의 정체를 알 수 있다면 사진이란 이름으로 매 순간 벌어지는 빅뱅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최혜영이 제시한 연산호 사진들은 더 극적으로 이 상황들을 드러낸다. <국가를 막아선 사진들>이라는 제법 거창한 제목을 단 이 사진들은 암초에 들러붙은 제주 서귀포 앞바다의 연산호 사진들이다. 최혜영이 직접 촬영한 이 사진들은 제주 해군기지의 새로운 항로 개설과 크루즈 준설을 막아냈다. 우리는 이 사진이 성취한 업적을 기리기 전에 연산호 사진 앞에 다시 설 필요가 있다. 이 여리기만 한 연산호 사진들이 감추어 드러내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절대 사진의 힘에 관한 것이 아니다. 늘 거대하고 견고하다 믿어왔던 국가, 전쟁, 기지 따위의 단어들이 얼마나 '허술하고 이상'한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비자림로 확장 공사를 막아낸 팔색조 사진은 이 상황을 더욱 극화한다.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900그루의 나무를 파헤치던 포크레인들이 작은 새 사진 한 장 앞에서 모두 작동을 멈추었다. 그것은 또 얼마나 '허술하고 이상'한 것이었나.

김민의 리서치 <디지털 시대 - 이미지와 욕망에서 비롯되는 감시와 인공지능>은 이런 극적인 인식 전환을 실천적으로 확장한다. 김민이 리서치의 결과물로 제시한 문장과 사진, 그리고 영상들은 우리가 사진으로 기록되지 않을 권리에 관해 이야기한다. 피해갈 수 없을 만큼 촘촘한 감시 카메라들은 인간을 이미지화하고 그들이 창조하는 세계의 데이터가 되기를 강요한다. <모던 타임스>의 컨베이어 벨트가 CCTV와 알고리즘으로 대체 되었다. '자본주의의 최신 OS버젼인 감시자본주의 시대'는 우리에게 '권력과 기업의 욕망'이 늘어놓는 인공지능의 판타지를 적극적으로 회피할 것을 요구한다. 저들이 완성하고자 하는 거대한 이미지의 한 픽셀이 되어버린 인간들이 그 이미지를 벗어날 방법은 단 한 가지 뿐이다. 김민은 한 장의 포스터로 그 답을 제시했다. “카메라를 파괴하라(DESTROY THE CAMERAS).”

전가경은 이 혼돈의 상황을 '시대정신의 압축물'인 잡지로 옮겨온다. 이 리서치는 <전위(avant-garde)와 후위(arrière-garde)의 교차: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본 잡지 『샘이깊은물』의 포토/텍스트(photo/text)>라는 긴 제목을 갖고 있다. 여성의 새로운 지위와 역할을 표방하며 탄생한 『샘이깊은물』 사례를 통해 서로 다른 두 세계의 거대한 충돌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하나는 시대적 여성 관념을 파괴하려는 세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지금 그대로를 결박하려는 세계이다. 물론 여기서 세계는 사진이라는 말과 바꿔 사용해도 무방하다. 당시 <샘이깊은물>은 이 두 이데올로기가 사진으로 투쟁하는 전쟁터와 같은 곳이었고 사진에 들러붙은 텍스트의 역할은 이 전쟁을 더욱 가속하는 것이었다. 전가경은 이 구도를 '전위'와 '후위', 또는 '급진성'과 '후진성'이라는 단어로 대체한다. 이 잡지를 만들던 이들은 분명 사진이 세계의 창조임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불행히도 그 창조를 막으려는 자들도 정확히 그만큼 사진의 정체를 짐작하고 있었다.

황예지는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전쟁을 치르고 있다. <몸과 몸 사이>라는 제목의 사진과 텍스트, 그리고 목소리들은 전가경이 언급한 '전위'와 '급진성'에 닿아있다. 소수자에게 이 세상은 언제나 '후위'와 '후진성'으로 가득 차 있다. 구글 이미지 검색엔진에 '여자'라는 검색어를 넣어보자. "청소년에게 유해한 결과는 제외되었습니다."라는 경고문과 함께 헐벗은 여성의 몸이 끝없이 전시된다. 포럼A의 선언을 다시 떠올려보자. 사진은 '현실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 검색 결과 앞에서 현실의 '후진성'을 한탄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비극을 상상하고 어떻게 '카메라를 파괴'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이 세계의 한 픽셀로써 마땅히 취해야 할 자세일 것이다. 황예지는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의 몸과 목소리로 그 이미지에 대항'하기로 결정하고 이 리서치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현실을 창조'하는 사진의 또 다른 극명한 사례로 여행 '인증샷'이 있다. 손이상은 인스타그램에서 남/북한을 여행한 외국인들의 '인증샷'을 모으고 분류한다. 그리고 이 사진 덩이를 <순례의 증거>라고 부른다. 현대사회의 여행은 대부분 SNS를 통한 자기 전시를 목적으로 한다. 그렇기에 지금의 여행 사진은 태생적으로 두 가치가 서로 충돌한다. 증거로서의 사진과 판타지로서의 사진이 그것이다. 자신이 그때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사진은 '인증샷'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그곳의 나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여행' 사진이 될 수 없다. 현실을 넘어선 판타지적 상황과 그 속의 나를 구현하는 이미지만이 자기 전시를 위한 여행 사진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손이상이 제시한 사진으로 다시 돌아와 보자. “남한에 다녀간 사람들은 남한 사람들이 주로 상상하는 자국의 이미지와 사뭇 다른 풍경을 적극적으로 발견한다. 북한에 다녀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로 간결하게 정리한 문장은 “오늘날 그 두 나라의 이미지가 타자에 의해 어떻게 재현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가 어떤 세계를 창조하고 있는지 우리는 매일 확인하며 살고 있다.

글래머샷은 <Welcome to Glamour Land>라는 작업을 들고 나타났다. “저희는 가족사진을 찍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로 자신들을 설명하는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수집한 이미지와 효과들을 직접 촬영한 인물사진과 합성해 완전히 납작하고 생경한 가족사진을 만든다. 이 우스꽝스러운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헛헛한 웃음 뒤로 두 가지의 질문이 떠오른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그럼 가족사진이란 또 무엇인가? 사진관 앞 쇼윈도를 통해 쉽게 볼 수 있는 가족사진을 떠올려보자. 모두 똑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는 그 사진들은 일종의 증명사진이다. 증명은 늘 소속을 확인하기 위해 존재하며 경계는 불안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사진으로 박제하지 않으면 금세 휘발될 것 같은 가족이라는 위태로움은 가족사진이라는 형식을 거쳐 사진 속 사람들의 결속을 스스로 선언한다. 결국 가족사진이 가족을 만든다. 글래머샷의 사진은 기존 가족의 위계를 왜곡하며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제안한다. 그것을 동시대적 가족 관념이라 불러도 좋겠다. 납작하고 유동적이며 파편적인. 언제든 재조합이 가능하고 경계가 희미한. 마치 사진과도 같은.

박수지와 박지수는 동시대 작가들의 사진적 경향을 바탕으로 특정 세대의 징후를 탐구한다. 그것은 젊은, 청년, 신진 등의 불순한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세대를 대상으로 한다. 그중 박수지가 선택한 키워드는 '스냅'이다. 스냅사진의 사전적 정의는 '움직이는 피사체를 재빨리 순간적으로 찍은 사진' 정도 이지만 지금의 스냅사진 형식은 '재빨리' 정도에 국한되지 않는다. 텀블러(tumblr)를 통해 유통되던 몽환적인 사진들과 그 형식을 재빨리 수용한 광고 사진들, 그리고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의 대규모 개인전을 계기로 스냅사진은 특정 세대 사진의 전형이 되었고 청춘, 찬란, 혼돈, 자유, 일상, 위로 등의 단어가 쉽게 따라붙었다. 그전에는 '다큐멘터리'라는 유령이 있었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경계를 규정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다큐멘터리'가 무엇인지 논쟁했다. 형식인지 내용인지 태도인지 그 모두인지 혹은 아무것도 아닌지. 아직도 그 답은 찾지 못했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가 그 '다큐멘터리' 사진들이 만든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곧 이 스냅 사진들이 창조한 세계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미 어떤 이들은 그 세계 안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박수지는 이 새로운 세계의 이름을 <문학적 절대: 스냅 이데아>라고 정했다.

박지수는 리서치 <뉴-플레이어 리스트: 동시대 사진 작업의 감각 변화>를 통해 '디지털과 모바일'이 생산한 '이전과 차별되는 감각'에 집중한다. 사진이 발명되고 회화가 맞닥뜨린 충격보다 더 큰 충격이 디지털 기술의 발명이었다. 하지만 이 진술은 거짓이다. 사진은 극단적인 회화적 욕망이 만들어낸 파생물에 가깝다. 디지털 역시 자본주의의 고도화 속에서 다 채워지지 않았던 아날로그적 욕망이 만들어낸 창조물이다. 우연히 '발견'된 것이 아니라 시대적 요청으로 '발명'된 것이다. 그렇기에 역진은 불가하다. 박지수의 말처럼 우리는 의심할 여지 없이 '디지털 디폴트'의 세계에 살고 있다. 동시대 작가들의 디지털 감각은 신기함이나 새로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사진은 가짜다'라는 문장처럼 일상적이다. 이 리서치가 결국 드러내는 것은 이전 감각들과의 낙차 혹은 삐거덕거림이다. 우리는 이 안쓰러운 장면을 차분히 오래 볼 필요가 있다. 뜬금없지만 광화문 광장을 떠올려보자. 전쟁의 감각, 민주화의 감각, IMF의 감각이 서로 뒤엉켜 불화하고 있다. 떠오른 이미지를 천천히 훑어보자. 이 상태 그대로가 동시대적 장면이자 동시대적 상황이고 동시대적 감각일 테니.

이런 삐거덕거림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미술관이다. 그중 국립현대미술관은 그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여기서의 미술관은 장소가 아닌 거대한 제도를 의미한다. 동시대와 제도는 언제나 불화한다. 송수정은 이 불화의 역사, 특히 사진을 둘러싼 어긋남의 역사를 되짚는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사례로 본 미술관과 사진>이라는 건조한 제목 아래로 사진과 제도의 어지러운 타임라인이 흐른다. 타임라인은 결국 지금에 다다르고 이내 수많은 질문이 생겨난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 지어지고 있는 이 상황을 덧대어보면 때론 질문이 의심이 되기도 한다. 여기서 다시 음모론자의 위치로 돌아가 보자. 미술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은 제도에서 탈락되었다. 빈티지 프린트, 견고한 액자, 프린트 에디션, 친필 서명. 사진과는 전혀 상관없는 의식을 치르고 스스로 사진이 아님을 세 번 고백한 후 성소에 들어가는 것을 사진 제도라고 할 수는 없다. 송수정의 리서치는 이 의심의 단서들을 희미하게 가리키고 있다. 이 단서들은 사진과 제도의 관계를 확인함과 동시에 미술관이라는 제도 자체를 의심해보기 위한 것들일지도 모르겠다.

그 단서를 제공하는 또 다른 사진이 여기 있다. 2005년부터 거의 모든 사진 전시를 기록한 <사진바다>가 그것이다. 곽명우가 촬영한 이 방대한 사진들은 표백되거나 탈색된 전시 사진이 아니다. 오직 <사진바다>에만 허락된 날것의 이미지들이다. 우리는 이 사진들을 통해 어렴풋이 존재한다고 믿었던 '사진계'라는 집단의 실체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짐작이 무르익을 때쯤 사진의 경계는 한없이 흐릿해졌고 사진은 좀처럼 규정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사진계의 실체가 드러날 때쯤 사진의 실체가 사라졌다. 이제 이 사진들을 자료라 부르기로 하자. <아카이브 사진바다>라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정리함을 차례차례 쌓기 시작할 때가 왔다. 사진의 어떠했음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지 상상해보자. 누군가에겐 아련한 추억일 것이고 누군가에겐 그저 답답한 옛이야기일 것이다. 누군가에겐 지켜야 할 무엇일 테고 누군가에겐 파괴해야 할 무엇일 것이다. 하지만 <사진바다>가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 하나 있다. 우리에게 역사가 있는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단 하나였다. 지금, 사진이 만들어놓은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를 둘러싼 사진들을 확인해야 했다. 물론 이런 무책임한 의심 몇 개로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세상은 단순하지 않으며 사진은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그 질문을 놓는 순간 사진은 모두를 집어삼킬 것이다. 의심이 깊어질수록 한 가지가 확실해진다. 분명 사진이 이 세계보다 더 문제적이다.

* 이 글의 제목은 Bill Kaysing의 책 『We Never Went to the Moon』 (1976)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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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Never Went to the Moon *
Jinhwon Hong

Millions of people still do not believe in the Moon landing by Apollo 11. More precisely, they do not trust the pictures humans took in the Moon. Then, let's talk about the doubt that one cannot renounce while being blamed as a conspiracist and the firm distrust of the photos. The photographs that are said to have been taken by Neil Armstrong and Buzz Aldrin have always been the icons of scientific achievement and of admiration for human superiority. Is that really so? Let's see the photo based on what impure conspiracy theorists claim. Especially the photo with the flapping U.S. flag on the surface of the Moon.

Those who emphasized science and logic had to prove that the photo was real. They attempted to present scientific evidences, mentioning the notions of vacuum, vibration and gravity to explain why the U.S. flag is waving in the airless environment of the Moon. However, the doubt of conspiracists was not over the image. They had a persistent doubt about the picture itself. They did not go beyond the surface of the image and blur the boundaries between the picture and reality, either. In the end, NASA acknowledged that the flag on the photo was designed not to droop down from the beginning. What does it mean? What do the doubts of conspiracy theorists reveal eventually?

The flag that is prevented from drooping down reminds us of the two words: photo and imperialism. The primary goal of conquering the Moon was definitely to take photographs. Despite countless sacrifices, people had to be sent to the Moon in order to take these photos. Such bit of fact shows that the Apollo project was propelled in the Cold War situation between the Soviet Union and the United States. One can assume that somebody had to confirm the victory in the war by planting the U.S. flag on that land and taking pictures of it. At the same time, the photos are reminiscent of their invasion; In fact, they also planted the flag on the land of Native Americans. The doubts of irresponsible human beings about photos got to the root of imperialism. There was no beautiful Moon landing that everyone believed. Conspiracists' doubts were right.

Such photographic circumstances continued afterwards. When a photo of Saddam Hussein's execution and a picture of Osama bin Laden being killed were released, and on numerous timelines of social media and diverse internet bulletin boards these days, blind doubt about photographs still unveils the most dangerous wariness. In this research, Forum A asks a conspiracist question: "Images, to what extent can they deceive us?" As the above-mentioned cases indicate, the image is not a representation of the world anymore. Rather, it is a conquest of the New World and a 'creation of the new reality.' Thanks to the great conspiracists, people no longer think that image is equal to reality. Instead, people began to judge how far one can admit the creation of image, namely, the creation of the world. Forum A mentions the word 'authenticity' to explain the grounds for this judgment. It is not a standard for distinguishing the real any longer. It is an authenticity as a basis for 'which fake to choose among a number of fakes.' If we knew the identity of another fake that people decide to accept, we may identify traces of big bangs taking place at every moment under the name of photography.

The photos of soft corals that Choi Hye-young presents reveal the situations more dramatically. These photos entitled "Photographs That Stop the Country" include soft corals attached to the rocks on the coast of Seogwipo, Jeju Island. These pictures taken by Choi helped to prevent the Jeju Naval Base from opening the new route and dredging to accommodate cruise ships. We need to see these photos of soft corals again before commemorating their achievements. What do these photos of fragile soft corals reveal? It is absolutely not about the power of photography, but about the fact how 'inadequate and strange' such words as country, war and base that have always been considered great and solid are. The photo of a fairy pitta that stopped the construction for expansion of the Bijarim Road dramatizes the situation even more. The excavators that were digging up 900 trees at once against a lot of oppositions stopped operation because of this photo of a little bird. How 'inadequate and strange' it really was!

Kim Min's research "Digital Age - Surveillance and AI Coming from Image and Desire" is a practical extension of this kind of dramatic paradigm shift. The outcomes of the research that Kim showcases, including phrases, photographs and videos, deal with the right that we are not documented in the form of photography. An unavoidably dense network of surveillance cameras turns humans into images and forces them to be the data of the world that it creates. A conveyor belt in Modern Times has been replaced by CCTV and algorithm. In 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 which is the latest OS version of capitalism,” we are required to actively avoid the fantasy of AI offered by “power and corporate desire.” Humans who have become a pixel of a huge image they want to complete have only one way to escape the image. Kim Min presents the answer with a poster. “DESTROY THE CAMERAS.”

Jeon Ka-kyung reflects such chaotic circumstances using a magazine, a “compression of zeitgeist.” This research has a long title: "An Intersection of Avant-garde and Arrière-garde: Photo/Text of the Magazine Saemigipeunmul(Deep Spring Water) from a Feminist Perspective." Jeon depicts an enormous collision between the two worlds without filtering, based on the case of Saemigipeunmul that was born to represent women's new status and roles. One is a world intending to destroy the notion of women of the time and the other is a world that intends to tie up the status quo as it is. The world can be replaced by the photograph here. At that time, Saemigipeunmul was like a battlefield where the two ideologies were fighting with photography and the role of text attached to photography accelerated the battle. Jeon Ka-kyung substitutes 'avant-garde' and 'arrière-garde' or 'radicalness' and 'backwardness' for this structure. Those who made this magazine intuitively knew that photography was a creation of the world. And unfortunately, those who wanted to prevent the creation also guessed the identity of photography exactly to that extent.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n, but Hwang Ye-ji is still fighting the same war. "Between the Bodies," including photos, texts and voices, is linked to 'avant-garde' and 'radicalness' that Jeon Ka-kyung mentioned. For minorities, the world is always full of 'arrière-garde' and 'backwardness.' When you enter the word 'woman' into Google's image search engine, a countless number of naked bodies of women appear with a warning message saying "Results that are harmful to teens are excluded." Let's think about the proclamation of Forum A again. Photos 'create the reality.' Faced with the result, we ought to imagine the tragedy that will accelerate more and contemplate on how to 'destroy the camera' as a pixel of this world, rather than lamenting over the 'backwardness' of the reality. Hwang's research findings reflect her decision to 'resist the image using the body and voice of the women living the present.'

Another obvious example of 'creating the reality' is a 'photo shot (literally proof shot).' Son Isang collects and classifies 'photo shots' of foreigners who travelled South and North Korea on Instagram. Son calls this collection of photos the "Proof of Pilgrimage." Today, the main purpose of travel is self-display on social media in general. Accordingly, in today's travel photos, the two values collide with each other by nature: the photo as a proof and that as a fantasy. Photographs that cannot prove that I was there at the time cannot be a 'proof shot.' However, a photo that reenacts oneself as it is cannot be a 'travel' photo. Circumstances like a fantasy beyond the reality and the images that embody myself placed in such circumstances can only perform a role of travel photos to display myself. Let's get back to the photos that Son Isang presented. The concisely written passage “Those who visited South Korea actively discover the landscapes that are quite different from the images that South Koreans imagine about their own country. It is the same with those who visited North Korea” clearly explains “how the images of the two countries are represented by others.” Thus, we witness what kind of world the images are creating every day.

Glamour Shots comes up with a work titled "Welcome to Glamour Land." The team Glamour Shots saying "We take family photos" creates totally flat and unfamiliar family photos by synthesizing the pictures they took and the images and effects they collected on the internet. Two questions together with empty laughs occur to me when watching their ridiculous photos: What is a family? Then, what is a family photo? Think about family photos on display in the window of a photo studio that we often see. These photos almost in the same format are a kind of ID photo. Proof is always required to identify oneself and wariness is caused by insecurity. A precarious state of a family that is likely to volatilize immediately unless it is stuffed in the form of photography manifests the bond among the people in the photo, using the medium of family photo. Ultimately, a family photo makes a family. Glamour Shots' photos propose a new type of family, while distorting the hierarchy of a conventional family. Probably it can be regarded as a contemporary concept of family. Flat, flexible and fragmentary. A family that can be recombined anytime and whose boundaries are vague. Like a photo.

Park Su-ji and Park Ji-su explore the symptoms of certain generations, which are labeled as young, youthful and new, in other words, impure modifiers, based on photographic trends of contemporary artists. The keyword that Park Su-ji chose is 'snap.' A dictionary definition of snapshot is 'a photograph that captures a moving subject spontaneously and rapidly' but these days, the format of snapshot is not limited to 'rapidly' only. Due to the dreamlike photos that circulate through Tumblr, the advertising pictures that quickly adopted this format and the large-scale solo exhibition by Ryan McGinley, snapshot has become an archetype of certain generations, easily accompanied with words like youth, brilliance, chaos, freedom, routine and comfort. Before that, there was a phantom of 'documentary.' To set the boundaries of documentary photos, many people argued about what 'documentary' is. Does it concern the form, content, attitude, all of them or nothing? Obviously, we live in the world made by the 'documentary' photos, even though we have not found the answer yet. We will soon live in the world created by these snapshots. Some may already live in the world. Park Su-ji named this new world as "Literary Absoluteness: Snap Idea."

Park Ji-su focuses on the 'sense differentiated from the past' produced by 'digital and mobile' in his research "New-Player List: Change of Sense in Contemporary Photographic Work." The invention of photography had an impact on painting. But a bigger impact than this was the invention of digital technology. But this statement is false. Photography is close to a derivative created by an extreme desire for painting. Digital is also an outcome of the analogue desire that was not fully satisfied in the process of development of capitalism. It was not 'discovered' by chance, but 'invented' to meet the demands of the times. Therefore, a regression is impossible. As Park Ji-su said, we live in the world of 'digital default' without doubt. Digital sense of contemporary artists cannot be an object of novelty or newness. It is so natural that it seems ordinary like a phrase 'Photography is not real.' Ultimately, this research reveals a gap or a conflict with previous senses. We need to see and ponder over this regrettable scene long enough. Think about Gwanghwamun Square where the senses of war, democratization and IMF crisis are entangled inharmoniously with one another. Then, take a look at the images occurring to your mind carefully. The way it is may be a contemporary scene, contemporary situation as well as contemporary sense.

In museums, such a discord is observed most sharply. Among them,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is an iconic one. In this context, a museum is not a place, but a huge institution. The contemporary era and the institution are always in discord. Song Soo-jeong retraces the history of discrepancy surrounding photography in particular. A messy timeline of photos and institutions goes on under the dry title of "Museums and photographs with a Focus on the Case of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The timeline finally reaches the present moment and many questions arise soon. Considering the situation that the Seoul Metropolitan Photo Museum is being built, questions sometimes become doubts. Let's go back to the point of conspiracists here. Museums do not exist. Photos are left out of the system. Vintage prints, solid frames, print editions and handwritten autographs. Holding a ritual that has nothing to do with photography and confessing that it is not a photo and then entering the sanctum cannot be considered as a photographic institution. Song's research vaguely indicates the clues to this doubt. These clues may serve to verify the relationship between photography and institution, and to doubt an institution of museum at the same time.

Here is another photo providing the clue: "Sajinbada(Sea of Photo)" that records almost all the photo exhibitions that have been held since 2005. This enormous number of pictures taken by Kwak Myoung-woo are neither bleached nor decolorized. These are raw images permitted only in the "Sajinbada." Through these photos, we can guess the substance of a group of 'photo circle' that we vaguely believed exists. However, around the time the assumption became more concrete, the boundaries of the photos got so blurry that the photos became something that was hard to define. By the time the true nature of photo circle was to be revealed, the substance of photo disappeared. Now let's call these photos data. It is time to establish a platform of "Archive Sajinbada" and pile filing boxes one by one. Imagine what a range of pictures will leave us. For some people, it may be a distant memory and for some others, it may be a just frustrating old story. For some, it is something to keep and for others, something to destroy. But there is a question that "Sajinbada" poses to all of us. Do we have a history?

There was only one thing that I wanted to find out. Now, what is the world created by photos like? To find an answer to the question, I had to verify the pictures surrounding us first. Of course, the world is not as simple as it can be understood with a couple of such irresponsible doubts. It is even more so when it comes to photography. However, as soon as we release this question, the photos will swallow us all. As doubts deepen, one thing becomes clear. Apparently, photography is more problematic than this world.

* The title is taken from Bill Kaysing’s We Never Went to the Moon(1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