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lock
(2019)
기간: 2019.06.10 - 09.29
장소: 민주인권기념관(서울특별시 용산구 남영동 한강대로71길 37)
참여작가: 잭슨홍, 정이삭, 언메이크 랩, 백승우, 김영철, 진달래&박우혁, 홍진훤, 일상의실천
전시기획: 김상규(큐레이터)
전시담당: 전서영
전시홍보: 김규리
아이덴티티 디자인: 진달래&박우혁
전시디자인: 디자인누하
전시시공: 아키타입
주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억'이라는 주제가 한국 사회에서 몸시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도 커다란 슬픔과 분노를 일으킨 사건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은 이들 사건을 비롯한 민주화 과정을 다시 돌아보면서 함께 회상하고 기념해왔습니다. 남영동 대공분실로 알려진 건물은 이러한 회상과 기념의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1970, 80년대에 인권유린과 탄압이 이뤄진 이 곳이 현재 민주인권기념관(이하 기념관)으로 조성되고 있습니다.
집단기억과 기념 문제를 연구해온 제프리 올릭(Jeffrey K. Olick)은 기억이 결코 통일적이지 않고 사회관계 속에서 기억의 기능과 위상, 형식이 변한다고 말합니다. 또 기억문화를 연구하는 임지현 교수는 기억을 '산 자와 죽은 자의 대화'라고 설명합니다. 기념관은 잘 보존해야하는 곳이지만 한편으로는 현장의 기억을 오늘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여전히 감춰진 부분을 찾아내고 드러내야 할 곳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전시는 드러내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잠금해제(Unlock)'라는 제목은 가둠(lock-up)의 반대말이자 갇히고 결박당한 분들이 풀려남을 뜻하면서 그동안 은폐되었던 곳이 열리고 억울함을 풀어서 진실이 드러나는 기대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날 '잠금해제'는 스마트폰을 켜는 손쉬운 행위로 익숙해졌지만 사실을 규명할 사건들의 잠금해제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벌어진 일은 과거사를 넘어서 현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작가들이 모여서 전시를 준비한 것은 그 현재성을 띄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역사적 공간에 작가의 개입이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아픈 역사를 가직한 곳이 과거의 흔적으로만 남지 않도록, 이미 끝난 어떤 사건처럼 잊히지 않도록 끊임없는 대화가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남영동을 기억하고 기념하되 역사화로 머물지 않고 기념관이 관심과 참여 속에서 재탄생함을 알리는 첫 신호로 봐 주시길 바랍니다.
- 큐레이터 김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