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side of Timeline
(2015)
전시장소 : 공간 지금여기 /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23-617번지
참여작가 : 강정석, 공석민, 권도연, 안동일, 최윤
오프닝 : 2015년 6월 5일(금) 오후 7시
전시기획 : 지금여기 nowhere (김익현, 홍진훤)
포스터 디자인 : 물질과 비물질 http://watera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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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해 보이는 것이 있다. 도무지 쓸 데 없어 보이는 행동이 있다. 혹은 너무나 익숙해 더 이상 의미를 따져볼 필요도 없을 것 같은 것들이 있다. 때로는 내 앞의 풍경이 그러하기도 하고 또는 나 자신이 그러할 때가 있다. 그래서 가끔씩 우리는 되뇐다. “아이고 의미 없다... 아이고 의미 없다...”
공간을 시작하고 전시를 열며 우리의 상태를 확인해본다.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며 그 시선을 통해 다시 나를 바라본다. 그 시선의 순환에서 결국 “무의미”라는 단어가 떠오른 것은 깊은 불안이었을 수도 있겠고 선험적 의미에 대한 의심일 수도 있었겠다. 둘이 앉아 서로에게 물었지만 무엇이 의미 있는 것이고 무엇이 의미 없는 것인가를 이야기하기에는 우리가 “의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너무 적었다.
지난 4월 공간 임대료라도 벌어보겠다고 한 기획사를 통해 모터쇼 행사 기록 알바를 했다. 자동차, 딜러, 레이싱모델 – 스마트폰, 셀카봉, 대포카메라 – 관람객을 촬영하는 것이 우리 둘의 임무였다. 매일 아침이면 전시장의 오픈과 함께 우르르 몰려들어온 사람들이 자동차를, 모델을, 자신을, 쉴 새 없이 찍어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또 우리는 그 풍경들을 쉴 새 없이 찍어댔다.
우리는 짬이 나면 구석에 주저앉아 푸념했다. “뭐 저런 무의미한 사진들을 찍어댈까?”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다 또 일어나 쉴 새 없이 그들을 찍었다. 그런데 사진을 찍다보니 사진을 찍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심상치가 않다. 그들 또한 우리에게 묻고 있었다. “뭐 저런 무의미한 사진들을 찍어댈까?” 서로의 의미가 서로의 무의미를 조롱하고 있었다.
의미와 무의미에 관한 전시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작업의 과정이나 결과의 표면이 무의미해 보이는 작가들의 작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무의미해 보이는 “짓”들을 반복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찾아보며 헛헛한 웃음에 중독되는 우리를 발견했다. 반복된 무의미는 기존의 의미체계를 의심케 만들었고 지속되는 묘한 패배감은 우리의 토대에 대한 굳은 믿음에 균열을 가져왔다. 이런 신묘한 경험을 하게 해 준 다섯 명의 작가(강정석, 공석민, 권도연, 안동일, 최윤)들과 함께 “무의미의 축제”를 해보기로 했다.
작가들의 작업을 보고 또 보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해 따졌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고. 그렇게 한 줄, 한 줄 작업을 읽어보려 했다. 전시를 준비하며 우리는 현실이 타임라인처럼 흘러간다는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작가들이 또는 그들의 작업들이 파편적으로 타임라인에 던지는 짧은 이야기들을 조합하고 엄지손가락이 빠지게 리프레쉬하며 전시를 만들겠다고 끙끙대고 있었다.
하지만 전시가 며칠 남지 않은 지금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이 작자들이 타임라인에 던진 건 그저 미끼였고 정작 그들은 타임라인 바깥에 서있는 것은 아닐까? 의미-무의미의 경계에 대해 전전긍긍하는 우리에게 “뭐 저런 무의미한 짓들을 하고 있냐?”라고 묻고 있는 건 아닐까? 의미-무의미만큼이나 안-바깥이 구분되지 않는 세상에서 우리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지금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지금여기>의 운영자들답게 함께 읖조려본다. “아... 그래도 우리는 안 될 거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