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 back from the platform edge
(2020)

참여작가: 강유환, 민영영, 석경목, 정현민
워크숍 진행 및 기획: 홍진훤
포스터디자인: 물질과 비물질
기간: 2020.10.16-11.8
관람시간: 13시~20시 (매주 월요일 휴관)
주최 및 주관: 공간 힘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공간지원


정보를 단절하고 고립시키기. 데이터를 독점하고 집적하기. 접근을 통제하고 연결을 상품화하기. 정보의 무한한 연결이라는 웹의 철학을 철저히 배반하며 등장한 반동적 알고리즘에 '플랫폼', '공유', '미래' 따위의 단어들이 들러붙기 시작했다. 물질적 생산/소비의 한계에 다다른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새로운 착취구조는 수많은 수식어로 자신을 은폐한 채 무한대에 가까운 불안정 노동을 생산했다. 언제 어디서나 노동할 수 있는 세계를 제안하며 자기착취를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강요했고,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무엇을 끝내 누구의 것으로 만들어 새로운 소비와 판타지를 추동해 나갔다.

네 명의 작가는 오랫동안 함께 이야기 나누며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이 플랫폼의 세계에서 각자의 시각적 함수를 선언-구현하며 알고리즘의 단면을 찾아 나섰다. 세계의 이전과 이후를 경유하여 가시와 비가시의 감각과 구조에 대해 상상하고 노동과 비노동, 상품과 비상품의 흐릿한 경계를 넘나들었다. 스스로 이 풍경의 가담자임을 매 순간 확인하며 세계의 안과 밖에 대한 의심을 이어나갔다.

그것은 어느덧 절대 선이 되어버린 '효율성'의 신화가 결국 어떤 풍경을 만들어 내고야 마는지(정현민)라든가 개인의 시공간과 축적된 기억-흔적들이 상품화 되었을 때 새롭게 등장하는 조형적 권력 관계(강유환)에 관한 의심 같은 것이었다. 또한 상품-이미지의 복제물로만 존재하는 실재이자 가상인 세계가 공산주의, 자본주의 따위의 이데올로기와 맺는 관계(석경목)에 대한 폭로이기도 했고, 매끄러운 세계의 표면을 유지하기 위해 가시성을 박탈당한 채 온갖 쓰레기-데이터들을 수집하고 삭제해야 하는 비가시 노동자들(민영영)에 대한 수행적 연대이기도 했다.

2010년 8월 크리스 앤더슨과 마이클 울프는 <Wired>를 통해 웹의 죽음을 선언했다. 하이퍼링크를 매개로 무한히 확장되는 웹의 개방성은 통제가 불가능했고 이는 자본주의의 큰 위협이었다. 이 불온한 연결망을 무력화시키며 통제 가능한 세계로의 이행을 시작했고 결국 웹의 죽음과 함께 플랫폼이 지배하는 세계를 완성했다. 그리고 이것을 제4차 산업혁명, 사회적 경제, 공유 경제 따위의 텅 빈 구호들로 포장하는 데 성공했다. 이 비극에 관한 몇 덩이의 장면이 전시장에 놓였다. 그리고 이 낯선 풍경들은 매우 긴박하게 또 나지막이 반복해 말하고있다. Keep back from the platform edge. Keep back from the platform edge.

전경 촬영: 권하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