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uess that's not the problem
(2022)
서울 전시 기간: 2022.06.30 - 07.10
참여작가: 곽동경, 김동겸, 신정혜, 양지훈
비평: 진세영
그래픽 디자인: 물질과비물질
워크숍 진행: 홍진훤
전경 촬영: 곽동경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세 번째 작가 워크숍을 종료하며)
홍진훤
함께 작업을 만들어본다는 것이 얼마나 무용한 일인지를 먼저 설득해야 했고 동시에 얼마나 고된 노동인지를 재차 확인해야 했다. '워크숍'이라는 단어에 쉽게 들러붙는 낭만을 떨쳐내고 싶었고 '경험'이라는 단어가 갖는 비평 불가능한 도덕적 우위를 극복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업을 만들고 전시를 해보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생산한 결과물들이 적어도 누군가에게는 논의의 대상이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그것에 실패하더라도 작업자의 삶을 시작하는 작가들에게 작업은 그것을 목표로 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
개인의 역사라는 특수성을 핑계로 쉽게 용납되는 자기애적 작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우리가 복잡한 역사의 퇴적으로 존재한다는 인식과 동시대의 사회적 일원으로서 작업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것은 시각을 다루는 작가가 가져야 할 일종의 직업의식에 관한 것이었다. 동시대의 시각적 관성을 의심-극복하고 새로운 시각 체계를 제시함으로써 사회적 논의를 발생시키는 일. 이 일을 하기로 선택한 사람들이 가져야 할 질문들을 피하지 않고 지속하기로 약속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동시대란 무엇인가? 한 번도 규정되지 않은 무엇을 인식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기술 자본주의가 추동하는 자학적 판타지나 알파벳으로 세대를 구분하려는 무책임한 기준이 아닌 시각적 체계를 추적하며 동시대를 상상하는 일은 무엇으로 가능한지 질문을 시작했다. 이전과 지금을 나누는 결절점을 찾아내고 그 과정에서 탈락한 존재들은 어떤 모습으로 동시대의 구멍이 되었는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저런 꼴의 구멍들이 동시대를 인식하는 역설적 지표가 되어 줄 것이라 믿으며 동시에 우리가 극복해야 할 지금의 문제들을 드러내 주기를 기대했다.
곽동경은 동시대 자본주의는 hype이라는 자본을 중심으로 재편되었으며 모든 사물과 사건은 hype적 상태에 놓이길 요구받는다고 주장한다. 신정혜는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유교문화에 집중하며 남돌(남자 아이돌)의 역사 안에서 산업과 제도가 남돌의 몸을 어떻게 통제해왔는지 추적한다. 김동겸은 시화방조제로 새롭게 생겨난 세 가지 바다를 카메라로 기록하며 화성이라는 도시에서 나고 자라며 느꼈던 비서울의 욕망과 좌절의 반복을 고백한다. 양지훈은 홍콩 민주화 시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켜보며 비극의 재현이 극단의 스펙터클로 치달으며 점점 현실과 괴리되는 상황을 목격하고 4.3의 희생자로만 각인된 작가의 할아버지를 찾아가 비극에 대한 새로운 재현방식을 실험하고 제안한다.
8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네 명의 작가는 동료 작가-비평가의 위치에서 서로를 독려하고 비평했다. 여기에 큐레이터 진세영이 작업의 업데이트 과정을 지켜보며 작업의 새로운 동료가 되었고 글을 더했다. 서로의 생각에 쉬지 않고 질문했고 답을 찾기 위해 함께 고민했다. 당연히 이 작업들로 동시대를 규정할 수 없겠지만 이 문제를 검토하지 않고 동시대를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한지 묻기로 했다. 물론 유동하는 벡터로만 존재하는 동시대는 결국 규정할 수 없는 상태 그 자체일 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는 이런 고민들의 축적과 비약이 이끄는 곳으로 아주 느리게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를 놓지 않는 것. 그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는 단순한 결론을 남긴 채 워크숍을 종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