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FOR SALE
(2017)

KT&G 상상마당 기획전시 4th 다방 프로젝트_시장
<(not) for sale>
참여작가: 김동희, 김영수, 박희자, 송민정, 홍진훤

(춘천)
일정: 2017년 6월 29일(목) - 7월 30일(일) *휴관 없음
장소: 상상마당 춘천 아트센터 갤러리 1, 2

(서울)
일정: 2017년 8월 24일(목) - 9월 23일(토)
장소: KT&G 상상마당 갤러리 Ⅰ(4F)
오프닝: 8월 24일(목) 18:00

<(NOT) FOR SALE>은 반복되는 예술시장의 현재에 관한 전시다. 매 해 많은 예술시장(마켓, 아트페어)이 생겨난다. 시장은 사람을 모으고, 매매라는 행위를 중심으로 재화를 비롯한 여러 가치를 교환, 발생시킨다. 예술시장 역시 여느 시장과 같은 기능을 바라며 수년에 걸쳐 시도되고 있지만 ‘그래도 의미 있었다’라는 위로와 ‘가능성을 엿보았다’라는 전망 없는 기대만 반복해 남길 뿐, 그 기능을 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능하지 못하는 이 시장은 왜 계속 늘 비슷한 형태로 생기고 유지되는 것일까. 연말이면 시행되는 도로정비 사업처럼 정비라는 목적은 뒤로 한 채 다른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홍진훤은 “지금 여기”라는 공간을 운영하며 여러 전시를 기획한 기획자이자 작가다. <offstage>는 아트페어라는 직접적인 예술시장의 모습을 담은 사진 작품이다. 작가는 아트페어의 화려함이나 시장의 주체인 작가나 작품이 아닌 시장의 뒤편에서 노동과 반복된 시간의 흔적을 담아냄으로써 예술시장이 파생시킨 또 다른 시장, 그 시장을 떠받히는 다른 시장을 보여준다. <패턴>은 어떤 전시에서 전시한 작가의 작품 이미지가 인터넷 뉴스를 통해 배포되며 작품의 내용과는 아무 상관없이 붙은 배너 광고를 캡처하여 패턴화한 작업이다. <패턴>은 선택이나 목적, 의도, 개인의 가치나 취향에 상관없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시장에 선상에 노출되어 있는 지금의 모습을 은유한다.

송민정은 <NEW! Fluffy RuKuru>라는 3채널 영상 작품을 통해 가상의 디저트 숍인 ‘시리어스 헝거(Serious Hunger)’에서 가상의 디저트 쿠키를 광고한다. 작가는 끊임없이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깜빡이는 화살표, 호기심을 자극하는 저화질 영상 등 현재 인터넷 상에서 가장 효과적일 법한 광고의 방법을 차용해 쿠키의 조각을 찾아 떠나는 광고의 스토리를 빠르고 반복적으로 소비자(관람객)에게 전달한다. <낙찰!> 역시 광고 형태의 짧은 영상으로 게임 속 캐릭터와 같은 가상 인물의 ‘삶’을 판매한다.

김영수는 낯설고 건조한 투의 텍스트가 주를 이루는 영상 <규칙서>를 전시한다. 영상에 제시된 규칙은 보드게임과 같은 게임의 규칙이지만 사회의 어떤 모습과 닮았다.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고 유지하는 데는 규칙이 필요하다. 규칙에 의해 한 해의 예산이 책정되고 사업이 결정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일을 진행하는 데는 규칙이 우선된다. 그래서 규칙 외에 본질적인 것들을(사랑, 우정 등) 놓칠 때가 있다. 예술시장 역시 이 규칙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래서 예술에서의 본질적인 것들을 놓칠 때가 있다.

김동희는 <CC Stockroom> 을 통해 전시장 한 켠을 창고형 가구/인테리어 매장처럼 활용한다. 작가는 작업과 일로서 전시 공간을 디자인하고 만든다. <CC Stockroom>은 작가가 실제 전시를 위해 만들었던 공간을 재단하여 편집한 오프라인 카탈로그이자 포트폴리오다. 전시 기간 동안 방문객들은 공간, 조명 등에 관한 작업과 문제점 등을 상담, 의뢰할 수 있다. 작가는 <CC Stockroom> 통해 또 다른 시장을 만날 수 있을까?

박희자는 예술학교 내에서 예술이 되지 못한 풍경과 사물을 담은 <It: Art School Project>, <형(形), 태>를 전시한다. 작품 속 등장하는 풍경과 사물은 대부분 기능이 없거나 잊혀진 쓸모 없다 치부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을 통해 드러난 이들은 무심히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나름의 쓸모임을 증명하며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부여 받는다. 예술의 시장적 가치를 발생시키기도 하지만 기능하지 못하면서 무한히 복제, 반복되는 예술시장은 무심히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을 포함한 예술의 가치를 무색하게 한다.

예술시장에 관한 전시 <(NOT) FOR SALE>에는 노동, 가상, 규칙, 버려진 사물이 있다. 이들은 예술시장을 만들고 유지하는 요소들이지만 동시에 예술시장이 없음을 증명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왜, 무엇을 위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언제나처럼 이들에 의해 시장은 만들어질 것이고 사라질 것이며 또 만들어질 것이다.

사진 제공: KT&G 상상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