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하는 자는 중단하지 않는다
Victory belongs to those who never stop (2019)
언제부턴가 노동자들이 계속 하늘로 올라갔다. 공장을 점거하던 노동자들이 공중을 점거하기 시작했다. 이제 한국에서 고공농성은 일상이 되었다. 분명 그것은 징후였다. 용산 남일당 건물에도 망루가 세워졌고 제주 강정마을에도 망루가 세워졌다. 김진숙은 김주익이 올랐던 85호 크레인에 다시 올랐고 지금도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 위에는 1년이 넘도록 해고 노동자들이 농성 중이다. 홍콩의 시위는 벽을 두고 벌이는 전쟁과도 같았다. 시위대는 길거리의 벽이란 벽에는 전부 벽보를 붙이고 다녔다. 그리고 정부는 쉴 새 없이 그 벽보를 떼어냈다. 그리고 다시 붙이고 다시 떼고 그 흔적들이 온 도시를 덮었다. 징후는 한국만의 일은 아니었다. 이 세계가 이미지로 존재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보여짐과 실존이 다르지 않음을 몸으로 알아챘다.
하늘로 오른 노동자가 외쳐야 할 것은 더 이상 권리가 아니었다. 그들이 지켜야 할 것은 더 이상 생존이 아니었다. 오직 높이를 점유하고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가시성을 박탈당한 누군가에게 그것은 무엇보다 본질적이고 절대로 멈출 수 없는 일이었다. 시각권력을 두고 온 세계가 충돌한다. 그것은 이데올로기에 앞서고 계급과 민족을 넘어선다.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는 일은 사진 앞에서 절대적으로 무력하다. 이미지가 되지 않고서는 실존은 허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통제하는 능력을 잃었다. 땅과 자원을 통제하고 노동을 통제하던 그 힘은 드디어 가시성을 통제하는 데도 성공했다. 60년 전 한 독재자의 ‘승리하는 자는 중단하지 않는다’는 어록은 드디어 예언이 되었다. 모두의 추락을 꿈꾸며 우리는 오늘도 더 빨리 더 높이 하늘을 오른다.
At some point, workers began ascending into the sky. Workers who once occupied factories started occupying the air. High-altitude sit-ins have now become a routine occurrence in South Korea. It was clearly a sign. A watchtower was erected at the Namildang building in Yongsan, and another at Gangjeong Village in Jeju. Kim Jin-sook climbed back onto Crane 85, the same crane Kim Ju-ik had ascended, and even now, dismissed workers have been protesting for over a year atop the Korea Optical High-Tech factory in Gumi. The protests in Hong Kong resembled a war fought over walls. Protesters plastered every wall in the streets with posters, while the government relentlessly tore them down. They would put them up again, only to have them torn down again, and the traces of this battle covered the entire city. These signs were not unique to Korea. As the world began to exist through images, we came to realize, through lived experience, that visibility and existence are inseparable.
What workers shouted as they ascended into the sky was no longer a demand for rights. What they sought to protect was no longer mere survival. It was about claiming height and asserting their presence. For those deprived of visibility, this was fundamental—an act that could never be stopped. The world collides over visual power. It transcends ideology, class, and nationality. The distinction between the virtual and the real becomes powerless in the face of photography. Without becoming an image, existence itself is a mere illusion. Yet, we have lost the ability to control it. The power that once controlled land, resources, and labor has now succeeded in controlling visibility. A dictator's slogan from 60 years ago—"Victory belongs to those who never stop"—has finally become prophecy. Dreaming of everyone's downfall, we ascend faster and higher into the sky, over and over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