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47th Seoul Independent Film Festival
(2021)
장소: CGV아트하우스 압구정, CGV압구정
슬로건: Back to Back
규모: 출품작 1550편 | 본선경쟁작 36편 | 초청상영 84편
주최: (사)한국독립영화협회, 영화진흥위원회
주관: 서울독립영화제2021 집행위원회
멜팅 아이스크림 | 2021 | Documentary | B/W | DCP | 70min 7sec
본선 장편경쟁 부문 초청 (World Premiere)
열혈스태프상 수상(사운드 디자인 홍초선)
[PROGRAM NOTE]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창고에서 수해를 입은 필름이 발견됐다. 1990년대 범민족대회와 고 강경대 열사 관련 투쟁 현장 등이 기록된 사진일 거라 짐작된다. 유실과 복원이라는 말만 들으면 꽤 흥미로운 영화적 소재가 될 거 같지만, 정작 <멜팅 아이스크림>은 이 기대에 응할 생각이 없다. 아니, 그 기대를 어그러뜨리고 싶은 게 분명하다. 영화의 관심은 망가진 필름 속 그 시절 그곳 사람들을 다르게 불러내는 데 있다. 필름을 찍은 당신은 누구인가. 투쟁 현장의 사진이란 무엇인가. 현장에서 사진이 되는 것, 하는 것, 될 수 없는 것,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을 두고 영화는 1980년대 한국 사회운동의 한 축에 있던 일련의 사진 집단들, 운동으로서 사진을 찍었던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부터 시작한다. 노동운동을 영상이 아닌 사진으로 남긴 사진가들과 마주하고, 그들을 경유해 노동과 투쟁 현장을 되짚는 영화는 그 자체로 희귀하지 않은가. 또한 영화는 사진과 영상 매체를 대위적으로 두고 역사와 매체 그 자체의 아이러니를 보려 한다. 유실된 사진이 복원의 과정을 거칠수록, 우리 눈앞에 상영되는 현장 기록물 속 노동자들의 싸움과 눈물, 외침은 더 거세진다. 영상의 노이즈와 사운드의 뭉개짐은 심화하지만 영상 속 사람의 외침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태가 이러할진대 저 사진들을 되살리는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정작 다시 살아나는 건, 신화적 우상과 신화가 되고 싶은 또 다른 욕망들이 아닌가. <멜팅 아이스크림>은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정지혜 / 서울독립영화제2021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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